사법시험 존치 논쟁에 대한 단상
요사이 '사법시험
존치'를 놓고 법조계 안팎에서 논쟁이 진행되고 있다. 사법시험을 존치하자는 쪽이나 예정대로 폐지하자는 쪽이나 나름의 논리와 근거로 주장을
펼쳐가고 있는데, 이해당사자들이라고 볼 수 있는 변호사들(대부분 사시출신)과 로스쿨 관계자들(로스쿨 출신 변호사 포함)이 주로 SNS상에서
갑론을박을 벌이고 있는 중이다.
그런데, 사법시험 존치문제에 대한 당부를 떠나서, 일부
사시출신 변호사(일명 사변)들의 글 중에 볼썽 사나운 글들이 눈에 띄어 마음이 불편하다.
우선, 사시출신과 로스쿨 출신 변호사들을 나누어 부르면서,
로스쿨 출신 변호사(일명 로변)들이 실력이 없고 부당한 이득을 보고 있다는 투의 글들이다. 판검사경력 있는 변호사들이 그렇지 않은 변호사들보다
실력이 월등하다거나 명문대 법대 출신 변호사들이 비명문대 출신이나 대학을 나오지 않은 변호사들보다 월등하다는 논리가 불편한 것처럼, 일부
사변들의 저런 식의 대응은 상대에 대한 조롱이나 증오를 담고 있을 뿐 전혀 논리적이지 않을 뿐 아니라 치졸하다. 사법시험 출신 15년차
변호사이고, 로스쿨에서도 3년 정도 강의를 하고 있는 사람으로서, 내가 느낀 바로는, 로스쿨에서도 과거 사법연수원 시절처럼 뛰어난 학생과 그렇지
않은 학생이 있을 뿐이고, 그것은 사법연수원에서 배출되는 변호사들과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일부 사변들의 위와 같은 글들이 적절하지 않은 것은,
이른바 로변들이 사변들의 외국어실력이 낮다거나 법률 이외의 전공지식이 없다고 조롱한다면, 그 주장이 일면적이고 치졸한 감정표현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인 것이다.
또한, 사시존치론이 대단하고 숭고한 가치를 지키기 위한 것으로서, 이를 반대하는 이들은 정의에 반하고 서민의 입장을 생각하지 않는 인물들로 공격하는 글들도 있다. 로스쿨도 그 도입목적을 보면 상당한 근거를 가지고 있어서 당시 사회적 합의하에 도입되게 된 것이고, 사시존치가 양극화나 계층간 고착화 등을 해결하는 유일하고 대단한 방법이 아닌 것은 자명하다. (기본적으로, 변호사가 되는 것이 계층상승이라는 생각도 이미 전근대적인 생각에 해당할 수 있다.) 로스쿨이 도입되기 전에도, 사시합격자의 부유층, 강남 쏠림현상 등은 심각해지고 있었고, 사시 뿐 아니라 모든 영역에서 이러한 양극화의 고착화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중요한 과제가 되고 있다. 한편, 국가의 법조인 양성방법을 사법시험제도로 하느냐, 로스쿨과 변호사자격시험으로 하느냐는 일종의 시스템을 선택하는 방법론적 문제이기 때문에, 몇 가지 장단점을 가지고 한 쪽의 방법이 우월한 가치를 가진다고 주장하는 것도 적당하지 않다고 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치 사시존치론이 절대 양보할 수 없는 절대적 가치인 양 주장하면서, 반대편을 몰아붙이는 태도는, 집단이기주의나 패거리 문화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수 밖에 없다.
가장 근본적으로는, 사시존치론에 대한 이러한 논쟁들에 대하여, 법률가가 아닌 일반국민들은 별다른 관심이 없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법률서비스를 향유하는 소비자로서는, 값싸고 질좋은 서비스를 제공받는 것이 유일한 관심대상이지, 법률가 양성의 방법이나 이해관계자들의 득실에 대해서는 별다른 관심이 없는게 당연한 일이다. 그들의 눈에는, 법률가들이 벌이는 논쟁이, 밥그릇 싸움이나 같은 직역간의 자존심 경쟁 정도로 밖에 보이지 않을 것이다.